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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이중언어(Bilingual)를 만들기 위한 최적의 연령

by 꿈꾸는 호수 2022.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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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바이링구얼로 키우려면 과연 몇 살 때가 가장 중요할까? 언어 습득의 critical age에 대해서는 언어학자, 교육학자, 아동학자, 음성학자, 심리학자 등 각종 분야의 전문영역에서 방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고, 이미 몇 가지 사실들이 정례화되어있다.

 

그중 첫번째 critical age는 놀랍게도 생후 10개월이다.

 

이는 한국인이 많이 어려움을 겪는 '듣기 평가'와 관련된 영역이다. 즉, 외국어의 모든 음운(phonetics)을 구별해서 듣는 능력, 예를 들어 F와 P사운드, B와 V사운드처럼 한국어에서는 구분되지 않는 음운이지만 영어에서는 뜻의 차이가 생기는 음운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중학교 때 배운 음운의 정의를 기억하는가? 뜻의 차이를 가져오는 최소한의 단위이다)

생후 10개월이 지나면 모국어에 귀가 익숙해지면서 모국어에서 구별되어지는 음운은 다르게 들리고, 모국어에서 뜻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 사운드의 차이는 똑같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10개월이면 애기가 옹알이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얼핏 들으면 한국말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전혀 뜻을 알 수 없는 그냥 말소리에 불과한 그 시기이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꽤 많은 말을 알아듣는다. 

 

이 critical age는 음성학자들이 음성을 분석하여 주파수로 나누고, 아기를 데리고 조건화 실험을 하면서 얼마나 쪽쪽이를 열심히 빠는지를 관찰하면서 알아낸 것이다(구체적인 실험과정에 궁금하다고? 구글에 catagorical perception이라고 검색해보시라).

 

이 결과를 통해 한국엄마들은 뱃속에서부터, 아이가 선천적인 능력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영어동요나 애니메이션을, 영어책을 끝없이 들려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 쓸데없는 짓이다. 이 catagorical perception이라는 것은 그냥 많이 듣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의미가 연관되는 과정이다. 어차피 갓 태어난 아기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구별해서 듣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이 말소리는 각종 잡소리랑은 다르게 어떤 뜻이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 맘마, 맘마 이런 소리가 들리고 나면 어? 밥이 나오네? 저 소리는 밥이라는 뜻이구나 이렇게 학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 학습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그런데 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또는 같은 사람들이라도 어느 날은 앙마로 들리고 멈마 비슷하게도 들리는데 대충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변이는 뜻이랑 별 차이 없이 밥이 나오더라 라는 걸 학습하게 되는 순간, 아기의 뇌는 효율성을 위해 catagorical perception이란 걸 해서 이 소리랑 저 소리랑은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같은 뜻이니까 이제부터 같은 걸로 듣자라고 해버린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그냥 뜻도 모르는 영어동요, 영어책을 계속 들려만 준다? 모국어는 뜻이랑 연결되어서 catagorical perception이 막 생기고 있는데? 아무의미없는 행동이다. 영어도 모국어처럼 의미와 연결하면서 즉, 대화를 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들려줘야만 의미가 있다.

 

두 번째 critical age는 5세~7세다.

 

이 시기는 언어발달적으로 언어체계의 기본 구문 구조가 완성되는 시기이다. 무슨 말이냐면, 실질적으로 유치원생이 쓰는 구문과 30세 성인이 쓰는 구문 구조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즉,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드는 능력은 7세쯤 되면 완성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단문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고, 때때로 복문 구조(이어진문장, 안은문장/안긴문장)로 사용한다. 여러 개의 단문을 연결하거나 안은/안긴 구조와 섞어가면서 복문을 만들기도 한다. 즉, 못하는 말이 없다. 이 이후는 그냥 문장이 길어지기만 한다(2개 연결할 거 3개 연결하고, 4개 연결하고 그런 식이다). 또한 어휘의 확장이 학습과 함께 일어난다. 한국인에게 영어가 왜 어려울까? 바로 단어를 조합해서 구문을 만드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는 어순이 중요하고, 심지어 한국어랑 어순이 반대이다. 한국어는 어순이 있기는 하지만 조사를 붙여서 다양한 형태로 문장을 만들어낸다. 

언어발달과정 중에 첫 문장을 만드는 시기를 보통 24개월로 본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단순히 단어 두 개를 연결한다.

 

'엄마, 물', '여기 앉아', '나 싫어' 이런 식으로.

 

이걸 영어로 바꿔보자.

 

'mom, water', 'sit here', 'I hate'

 

어떤가? 똑같다. 

 

원래 문장은 그냥 단어를 연결만 하면 문장이 되는 거다. 1세까지 각종 소리들을 섭렵한 아이들은 2세까지 많은 단어들을 학습하고, 2세 전후로 아이들은 알게 된 단어들을 조합하면서 문장을 만들게 된다!

 

다음은 뭘까? 그렇다. 2세부터 7세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이 단어 조합의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학습하게 되는 것이고, 7세쯤 되면 각 언어의 단어 조합방식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이중언어에 노출된 아이들이 이후까지 이중언어자로 남을 확률이 가장 높다. 영어 조기교육의 붐이 그래서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현재까지도 대세가 된 이유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기에 이중언어에 노출된 아이들이 이후 학습장애나 말더듬, 언어발달지체와 같은 부작용을 겪을 확률도 대단히 높다. 간단한 원리이다. 덧셈의 기본 원리도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에게 막 곱셈 나눗셈, 소수점, 분수 가르쳐보라. 덧셈도 못 배우게 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심지어 숫자만 봐도 치를 떨 만큼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까?

 

해외생활을 반복하면서 많은 리터니가족들, 현지 교민으로 정착한 가족들을 만나고 결국 영어를 잃어버린 아이들, 반대로 한국어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경험적으로 보았을때 7세 전후로 어떤 언어를 주 언어로 썼는가가 그 아이가 평생 주로 쓰게 되는 언어를 결정했다(물론, 그 앞뒤의 인생사에서 언어적으로 어떤 자극을 받았느냐 역시 결정적인 요인이다. 우리 애는 5-7세는 미국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살고 오히려 한국말을 훨씬 잘하는데? 이런 반응은 없기를 바란다. 당연한 거 아닌가?)

 

세 번째 critical age는 12세이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중 언어자란 무엇일까? 두 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마음의 어떤 저항도 없이 편하게 사용하는 자를 이중 언어자라고 보통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중언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개념을 좀 더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나는 영어로 말하기는 잘 못하지만, 어려운 영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듣기도 100%는 아니지만 대화중 70% 이상은 제대로 듣고 이해할 수 있고 기본적인 영어 에세지를 쓰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발음은 나쁘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영어학습자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중 언어자이다. 불편함이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만약 영어로만 살아야 하는 상황에 빠졌을 때, 영어로 일을 해야 할 때 언어 때문에 제약이 있지는 않다. 이것도 이중 언어자라고 한다. 이런 기준이면 3중 언어, 4중 언어도 습득할 사람이 많으리라.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중 언어자는 한국인인 엄마에게는 한국어로, 미국인인 아빠에게는 영어로 아주 쉽게 전환해야 말하는 사람이겠지만 말이다. 

세 번째 critical age는 바로 이런 경계를 나눈다. 뇌에서 어떤 절차적인 프로세서 없이 바로 이 언어, 저 언어로 교체가 일어나는 이중 언어자가 되느냐, 아니면 생각은 한국어로 하되, 말은 영어로 튀어나오는 수준의 이중 언어자가 되느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반인들이 습득할 수 있는 이중언어자의 목표는 이 정도로 잡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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