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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플랫폼의 생각법-책리뷰

by 꿈꾸는 호수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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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승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11번가와 멜론, 인터파크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의 서막을 함께 하고 그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 대학에서 IT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에 걸맞게 책은 매우 실질적인 내용으로 기업들의 전략을 다루고 있어서 평소의 관심사에는 맞지 않지만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우버”라는 내가 가장 많이 쓰고 있는 플랫폼들에 대해서 매우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우선 플랫폼기업을 정의하기 위해 양면시장이란 개념과 추구가치와 수익의 중첩이란 개념에 대해 설명을 하였다. 양면시장이란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와 공급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다는 것이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데에 있어 기존의 중개업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또한 잉여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이다. 놀고 있는 내 방을 이용하여 호텔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에어비엔비, 놀고 있는 내 차와 시간을 이용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우버는 그래서 기존의 렌터카 시장이나 호텔업과는 다르다. 

 

여기까지가 내가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고, 이후 저자는 위의 플랫폼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이들 기업들의 특성과 장점, 한계점, 전망을 밝히고있다.

아마존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소비자 혜택을 흔히 설명한다. 배송료가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럽, 미국에서 10달러도 안 되는 비용으로 배송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시장에 무료배송은 흔한 일이며 빠른 배송 역시 기본이다. 양면시장 측면을 봤을 때는 쿠팡이나 11번가에도 오픈마켓이 있어 누구나 공급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존에는 FBA(Fulfilment By Amazon)이라는 공급자를 위한 도구가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의 기업들과는 다르다. FBA는 공급자가 아마존의 창고에 자신의 물건을 미리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 배송을 위탁하는 도구이다. 즉 오픈마켓 시장에서 한국의 경우는 단지 그 마켓의 홈페이지에 상품을 올려주고 후기 게시판을 관리하는 수준이지만, 아마존을 이용하면 판매자는 아마존의 창고에 자신의 물건을 재고가 떨어지지 않게 갖다 놓기만 하면 알아서 판매 및 배송이 이루어진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차이점이 이 부분이고, 쿠팡이 몇 년 동안 수 조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해서 물류창고를 확보하는 투자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였던 것이다.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보니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흑자를 내고 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구글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은 구글이 “지식의 공유”라는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신뢰를 얻고 그것을 기반으로 1위의 검색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과 네이버, 야후만을 알고 있던 시절, 로딩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깔끔한 홈피를 가진 검색엔진이라며 추천받았던 구글의 텅 빈 홈피는 단순한 디자인적, 기능적인 고려만 존재한 게 아니었다. 

 

편집자의 가치판단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페이지 랭킹’이라는 단순한 알고리즘에 의해 다수의 사람들이 검색하고 인용한 순서로 결과를 도출해주는 “모두의 지식, 다수의 사람이 선택한 지식”을 추구하는 구글의 철학이 있었던 것이다. 구글은 그러한 지식공유라는 철학을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개발하여 무상으로 배포함으로써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하였고 세상의 모든 책을 데이터화 하는 거대한 작업을 자비를 들여 진행하고 있다.

 

구글의 이런 진정성은 오늘의 구글을 있게 한 원동력이고 미래의 자원이기 때문에 쉽게 그 철학이 사라져 버릴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다음이 실검 조작이나 메인 페이지에 특정 정치성향의 기사를 더욱 노출시킨다는 끝없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철학적 기반이 없이 클릭수와 광고로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그 객관성과 신뢰성을 끊임없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우버에 대한 논란 역시 플랫폼의 추구가치와 수익의 중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로 우리나라에 플루 스라는 승차 공유 플랫폼이 있었고 이후에 타다로 큰 논란이 있었으며 우버 자체도 우리나라의 운송법에 영향을 받아 들어오지 못했다. 우버의 논란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우버는 시간당 12달러짜리 직업을 없애고 그 자리에 8달러짜리 직업을 만든 것이다.” 이는 플랫폼 기업으로 인해 창출되는 가치가 기존 가치를 파괴하는 형태이며 이는 플랫폼 설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버가 기사로부터 가져가는 25%의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받는 것이 바로 그 방증이라 하겠다. 

 

저자의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시각은 매우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제대로 설계된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공급자에게 모두 새로운 이득을 준다. 심지어 플랫폼 기업은 그 본성상 결국 독과점 기업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추구하는 가치로 인해 독과점을 통해 얻어지는 추가 이득이 더 좋은 일에 쓰이고, 독과점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격 인상이나 소비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역시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자의 시장 독과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라임 하나로 대부분의 쇼핑과 음악, 영화, 책까지 소비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미래 전망이 그저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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