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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마거릿 대처 암살사건- 책 리뷰

by 꿈꾸는 호수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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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암살사건

마거릿대처암살사건-책-표지사진
마거릿대처암살사건

 

2009년, 2012년 맨 부커 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작가 힐러리 맨틀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고도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의 문장들 역시 세련되고 우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여러 해에 걸쳐 출간된 단편들을 모아서 출간한 단편집이다. 마거릿 대처 암살사건은 10개의 단편소설 중에서 마지막에 들어있다.

 

총평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 삶에서 "회색지대"를 더 넓히기 위해서라고 했던 어떤 평론가의 언급이 떠오르는 소설집이다.  10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있었고 다양한 여성들, 특히 편견에 희생당하고 동시에 가해자로써 이중성을 가지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일상에서의 공포라고 소개된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공포 소설인가 싶었는데 공포/스릴러 물은 아니고 어둡고 꿀꿀한 분위기의 사회비판 소설이라고 봄이 적절하다.

 

몇몇 단편들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여기에서는 다른 문화권에서 사는 이방인으로써 받게 되는 오해와 편견,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데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잘 묘사되어있었다. 나 역시 해외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콤마

 

어린시절 친구와 놀다가 동네에 하나씩 있는 무서운 할머니가 사는 집이나 귀신집 이야기, 혹은 홍콩 할머니 귀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망태할아버지나 빨간 마스크 괴담 등등 우리는 잘 모르고 익숙지 않으니 괴물이나 귀신, 정신 나간 노인들이 지금 돌아보면 장애인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긴 qt

 

외도한 남편에게 이렇게 통쾌한 복수가 있을까? '나의 불장난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평생 가슴에 남기고 영원한 집착의 굴레를 뒤집어 씌우고, 추억으로서만 존재하는 삶이라니! 자살이 아닌 충격으로 인한 병사였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렇게나 가냘픈 나에게 배우자의 외도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나에게는 맞지 않는 클리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나라면 내가 현재의 삶에서 쌓아둔 것 다 누리고 갈 수 있게 절대 죽지 않고 다만 남편과 헤어져서 모든 것을 빼앗아 혼자 혹은 나야말로 제2의 사랑을 찾아서 잘 먹고 잘살면서 남편이 후회에 젖어 생을 마감하는 꼴을 보고 말 테다.

 

겨울 휴가

 

제목은 겨울 휴가지만 여름휴가에 봄직한 호러무비. 어쩐지 퍽퍽퍽 소리가 귓가에 계속 울리더라니. 어쩐지 이 부부의 침묵이 그다지도 무겁더라니.

 

할러가

이 단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의사들에게 붙여진 별명들이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일종의 복선이다. 별명은 우리가 사람들에게 찍는 낙인과도 같다. 그 낙인을 보는 순간 타인은 그 사람의 다른 면은 무시하고 그 낙인만에 집중하게 된다. 사람을 정형화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더 쉽게 이해하려는 연역적 추리 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개인을 오해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의사들에게는 변명을 붙이고, 환자들에게는 마치 동물병원에 실려오는 동물이라도 묘사하듯이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또한, 배서 시트 부인에 대해 처음부터 편견이 가득하고 외모를 비하하는 묘사를 하며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의 진심이 아니다. 그녀의 진심은 배서시트부인에 대한 끌림이다. 하지만 본인은 레즈비언인 자신이 너무나도 혐오스럽다. 그러니 배서 시트에 대한 끌림도 혐오스럽다. 이것은 애정이어서는 안 되고 단지 동정일 뿐이다. 그런데 사랑스러운 베티나조차 레즈비언이라고? 게다가 저 둘이 연인이 되어버렸다고? 이젠 베티나도 매력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배서 시트 부인이 나에게 다시 눈길을 준다면? 못 이기는 척 받아줘야 하지만 그것은 내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상해에 관한 법률

이 단편의 핵심은 마지막에 있다. 

내가 보기엔 주인공인 ‘나’를 제외한 모두가 원하던 걸 차지했다. 나만이 정녕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하지 못했다. 이혼한 가정의 구성원들이 겪는 상벌이 묘사되는 와중에 원하는 건 영영 빼앗겨 버린 채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녀의 행복은 어디까지 침범당해도 괜찮은 것일까?

 

당신을 어떻게 알아보죠?

 전반부와 후반부의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고 한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을 찾아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반부에서는 마치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에서 느껴졌던 어두움, 불쾌함, 단지 낯선 곳이어서가 아닌, 내가 속하지 않은 세계의 비참한 현실에서 나는 그들을 끊임없이 비하하고 차별화한다. 이곳은 너무나 끔찍하기 때문에 나와의 공통점은 단 한 개도 없어. 한 끼도 먹고 싶지 않다. 불행한 소녀 따윈 20파운드를 주고 잊어버리고 싶다.

그리고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내가 속한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온다. 런던 기차역의 풍경은 활기에 넘치고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한 청년. 젊고 아름답고 부유해 보이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남자. 그 남자의 도움으로 나는 잃어버린 동전들을 돌려받을 뿐 아니라 추가로 20파운드가 더 생긴다. 마치 내가 불쌍한 소녀에게 20파운드를 건넨 것처럼.  “그는 나의 어떤 결함을 제일 먼저 알아챘을까?” 이 물음으로 나의 위치는 순식간에 바뀐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

마거릿 대처는 실제는 천수를 누리고 사망했다. 그런데 암살 사건이라고 해서 “암살당했나?”하며 찾아보았다. 역사에 대한 무지를 탓하면서, 그래도 이 소설을 읽느라고 또 하나의 무식함을 덜어냈다는 데 위안을 느꼈다. 

이 단편은 마거릿 대처에 대한 암살사건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든 이야기이다.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암살자와 평범한 주부의 대화 속에서 작가는 날카로운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결국 암살이 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암살자는 성공적으로 도망갈 것인가, 잡힐 것인가 등을 긴장하면서 보았다. 



인상적인 묘사 문장. 시적인 표현들

 

엄마가 아버지를 위해 따뜻하게 데워둔 저녁은 오븐용 접시에서 쪼글쪼글해지며 얼룩을 남겼다.

 

수다가 경첩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처럼 신경에 거슬린다.

 

그의 목소리는 공기 중에 또 다른 냄새처럼 길게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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