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컨테이너에 실을 커다란 짐을 분류해보겠습니다.
1. 가전제품
1) TV
가져간다. 여러 개 있다면 여러 개 다 가져간다.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해외에서 잘 돌아간다.
2) 냉장고
일자형 냉장고는 가져가기를 권하지만 양문형 냉장고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flat형태(한국의 아파트와 비슷)의 집을 얻는다면 자리가 매우 좁을 확률이 높다. 냉장고는 대부분 부엌에 빌트인 형태로 있는데 flat의 빌트인 냉장고는 90% 확률로 상냉장 하냉동 형태의 일자형 냉장고(용량 300L 이하)이다. 넓은 주택의 넓은 주방임에도 이런 형태의 빌트인 냉장고가 들어가 있을 확률이 50%이다(이는 유럽 주요 국가들 기준이다. 자신이 도착하는 국가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아보자). 유럽 사람들은 집에서 거창한 요리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다. 주식인 빵은 마트나 빵집에서 사 먹고 요리는 마트에서 파는 ready meal이나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많은 식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 사태 초기에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을 때 냉장고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다. 또한, 사재기한 식재료를 제대로 보관하거나 소비하지 못해 그대로 버려지는 부도덕한 광경도 많이 연출된 것이다.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에 살 때보다 냉장고가 더 필요하다. 왜냐하면 한국식 식재료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나 멸치, 새우젓, 생선 류 등이 한국인들 냉동실을 가득 채우기 마련이다. 한국 마트가 먼 지역이라면 어쩌다 한번 한국 마트에 들렀을 때, 한국식으로 손질된 갈비나 불고기감 같은 고기류, 냉동만두 같은 한국식 냉동식품까지 한 번에 쟁여다 냉동실에 보관해야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외국생활에서는 항상 냉동실이 부족하다.
양문형 냉장고가 너무 새 것이거나, 들어가야 할 집이 공간은 충분한데 냉장고가 작은 것이라면 들고 가자. 냉동실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양문형 냉장고가 10년 이상 사용했거나, 들어가야 할 집이 매우 좁을 예정이라면 처분하자. 현지에서 생활을 하다가 작은 서랍형 냉동고를 하나 사서 쓰자. 한국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쉽게 살 수 있으며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가져온 냉장고가 오자마자 고장이 나서 어차피 버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3) 김치냉장고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있고 딱 하나만 가져가야 한다면? 고민 없이 김치냉장고다. 특히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는 칸칸이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냉동실로 바꾸어 쓸 수도 있어서 냉동실이 부족한 외국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
우리집은 김치를 잘 먹지도 않아서 한국에서도 안 쓰는데 외국에서까지 김치냉장고가 필요할까?
필요하다.
외국생활에서 한식을 먹으려면 냉장고는 반드시 부족해진다.
김치냉장고는 김치 보관보다는 다른 많은 식재료를 보관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김치를 먹지 않던 사람도 외국에 나가 살다 보면 김치를 많이 먹게 된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느끼하거나 입맛에 맞지 않고 한국인이라면 칼칼한 맛을 찾게 된다. 한국에서는 어딜 가나 매콤한 음식을 접하게 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익숙한 한식에 김치를 대체할 만한 매운 반찬도 흔하지만, 외국생활에서는 이 모든 역할을 김치가 대신하게 된다.
아닌데? 나 진짜 느끼한 거 잘 먹는데?
외국생활이 10년째인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 산 햇수보다 외국서 산 햇수가 더 길다. 아침은 빵으로 바꾼 지 오래고 점심도 샌드위치나 파스타 감자 등을 먹는다. 여행을 가서 일주일씩 한식을 끊어도 전혀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부대찌개, 김치찌개, 라면, 짬뽕 등이다. 한국인의 피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어쩌다 한 두 달은 김치 없이 외국 음식으로 신나게 먹을 수 있지만 그게 1년, 2년이 되면 무슨 일인지 한식이 점점 더 그리워진다.
평생 김치를 사 먹거나 시가나 친가에서 얻어먹던 사람들도 외국생활에서는 소량이라도 김치를 담가먹게 된다. 사 먹는 김치는 가격도 너무 비싸고 계속 먹다 보면 질리기 때문이다. 그럼 김치냉장고가 절실해진다.
외국에서 필요하다고 굳이 사가야 해? 다시 돌아와서 쓸 것도 아닌데?
작은 거라도 사가라. 현지에서 구하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한인들 사이에서 중고거래도 핫하다. 구매자만 있고 판매자는 거의 없다. 필요 없어지면 팔면 된다. 주재 발령을 나갔다가 아이들 교육 때문에 현지에 눌러앉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들이 제일 아쉬워하는 가전도 김치냉장고다. 사람 일은 모르는 법!
4) 세탁기/건조기
대부분의 경우 집에 기본 옵션으로 세탁기/건조기가 있다. 냉온수 방식이 한국과는 다르기도 하고, 믿을만한 설치기사를 부르기도 어려워서 만약 세탁기/건조기를 가져간다면 외국생활 내내 창고에 넣어둘 확률이 90% 이상이다. 단, 어차피 돌아와서 다시 사야 하는 상황이라면, 외국에서 거주할 집에 창고 공간이 넉넉하고 컨테이너의 자리도 넉넉하다면 가져간다.
5) 전자레인지/오븐
대부분의 경우 주방에 빌트인 되어있다.
전기밥솥, 헤어드라이기 등 소형가전들 : 당연히 다 가져가야 한다.
6) 전기장판/온수매트
외국의 겨울은 춥다. 바닥난방이 없고 라디에이터 난방이라서 집이 따뜻하지가 않다. 바깥 기온이 1도밖에 안되는데도 집안이 늘 추우니 더 춥게 느껴진다. 물론 현지에서도 팔기는 파는데 전선이 밖으로 비쳐 보일 정도로 얇다. 온수매트는 아예 없다. 전자파가 걱정된다면 한국산이 낫다.
7) 전압/헤르츠 관련 팁
해외와 한국이 전압이 달라서 가전제품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 유럽 쪽은 220V로 한국과 동일하고 미국은 110V로 변압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에서도 대륙은 콘센트 모양도 같아서 한국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영국은 콘센트 모양만 달라서 어댑터를 덧붙이면 변압기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어댑터는 영국 내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2. 가구
필요한 가구가 있다면 한국에서 사갈까/현지에서 사갈까? 가성비를 따지면 한국의 저렴한 상품이 좋다. 특히 한샘의 가구들은 튼튼해서 나중에 중고시장에서도 좋은 값을 쳐준다(단, 분해, 조립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고급 가구들은 가격의 거품이 심하다. 그러니 자신의 소비성향에 맞게 가성비를 원하면 한국산을 사 오고, 명품을 원하면 현지에서 구매하기를 권한다. 단, 미국산 가구들은 덩치가 커서 한국 집에 다시 들고 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유럽은 앤틱가구 쇼핑하는 맛도 쏠쏠하다. 중고시장도 꽤 활성화되어있고 판매자에게 추가 금액을 제시하고 배송을 부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벼룩시장에서 오래된 엔틱을 사 모으는 것도 해외생활의 한 묘미이다.
3. 음식
원칙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모든 종류의 식재료는 컨테이너 반입이 불가능하다. 이사업체에 문의하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한 두 박스 정도는 컨테이너에 실어간다. 그러나 세관에서 검사 중 걸리면 세금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통관절차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술은 절대 안 된다. 술이 걸리면 정말 아주아주아주 골치 아프다. 술을 제외한다면 약간의 음식물을 한두 박스에 담아 갈 수 있다. 내 이삿짐 컨테이너가 세관에 붙잡힐 확률도 아주아주 낮지만, 컨테이너가 걸렸다 해도 300개가량의 박스를 다 열어보는 건 아니기 때문에 거의 걸릴 확률이 없다. 포장하시는 분들이 kichen item 정도로 이름을 달아서 안쪽에 숨겨서 포장해주신다. 그렇다면 싣는 기준은 한국 마트에서 파는가 여부이다.
예를 들어, 간장, 참기름 같은 것은 꼭 필요하지만 한국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차이도 크지 않다. 한국 마트에서 구할 수 있으되 가격차가 큰 것은 냉장/냉동이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어차피 컨테이너 짐에도 실을 수 없다.
한국 마트에서 살 수 없으면서 컨테이너 짐에 실을 수 있는 것들의 예는 다음과 같다.
진공 포장된 한국산 고춧가루(해외에는 중국산밖에 없다)
한국에서 생산된 한국산 쌀(한인마트에 이천쌀이 있지만 종자만 이천쌀일 뿐 생산지는 USA이다)
한국산 도토리묵, 청포묵 가루 등 (해외에는 중국산 밖에 없다)
한국산 말린 나물(영국이나 미국 독일 등 한국인이 많은 곳은 한인마트에 있을 수도 있다)
한국산 천일염(한국인이 많은 곳은 한인마트에 천일염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산)
김, 미역, 다시마(이것들은 한국 마트에 팔지만, 내가 원하는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한국 과자(마트에 팔지만 종류가 진짜 한정적이고 왜 그런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
*쉽게 생각하는 기준: 해외의 한인마트는 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 정도의 규모와 상품 다양성을 구비하고 있다고 예상하면 된다. 필수 품목은 다 있지만 기호품은 없을 수 있다.
3. 책
책과 관련해서 주재원 선배에게 들은 충고가 있는데, 나는 이 말을 다른 사람에게 써먹곤 한다.
“책은 그냥 무조건 많이 사야 돼. 이건 좀 심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미친 거 아닌가? 싶게 많이 사”
아이들이 어릴수록 해당하는 말이다. 나의 첫 해외생활은 1살, 4살 아이와 시작되었는데 이 시기가 가장 많은 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유아책은 그림책이라 부피도 크고 무겁고 게다가 한 권 읽는데 3분이나 걸릴까. 유치원 전 아이들은 책을 장난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많은 책을 식상하지 않게 들이밀어 줘야 한다. 맘 카페와 중고나라 각종 육아사이트에서 내 아이 나이 또래~해외생활 예정 기간 사이에 읽을 만한 추천 전집 리스트를 뽑아서 최대한 많이 산다. 새책은 필요 없고 연차가 좀 된 전집도 상관없다.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이제 그림책에서 줄글 책으로 넘어갈 뿐 여러 가지 창작과 고전문학책을 준비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책값이 가장 저렴한 나라이고, 전집으로 어린이 책을 파는 유일한 나라이다. 심지어 영어책을 사려고 해도 한국이 더 싸다. 영국의 옥스퍼드 출판사에서 나오는 oxford reading tree는 공립학교에서 교과서 수준으로 읽히는 책인데도 한국에서 전집으로 구입하는 게 더 싸다.
초등부터는 문제집도 포함시켜야 하며, 교과서 중 특히 국어 교과서는 챙겨가도록 하자. 동네 서점에 가면 다른 학년의 교과서도 다 구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은 구몬 국어와 구몬 수학을 반드시 가져가길 권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하겠다.
4. 문구류
만약 3세~12세 아이가 있다면 문구류는 2가지 목적에서 사간다.
-
아이가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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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
한국 문구류는 정말 질이 너무너무 좋다. 외국에 나가서 연필 한 자루만 사서 써봐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많이 가져가기를 권하는 것은 지우개, 풀(종이나라 풀), 오공본드, 오공 목공풀, 색종이다. 유난히 품질 차이가 많이 나고 써보면 바로 알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이 특별히 한국 다녀올 때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특히 종이나라 풀은 대량으로 떼다가 이베이에 팔고 싶다). 또한, 한국 문구점에서 파는 2~3천 원 수준의 장난감들(ex. 두더지 잡기, 통아저씨, 다마고치 등)도 아이가 어리다면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5. 결론
이 정도면 윤곽이 잡히는가?
해외 짐 싸기의 대원칙은 “많이”가 아니라 “다양하게”이다. 그리고, 작고 시답잖은 것일수록 구하기가 어렵다. 이를테면 때밀이 타월이나, 멸치 다시망 같은 것들, 다이소에서 팔 것 같은 작고 소소한 것들을 사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쓰던 물건은 낡았어도 다 가져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잔짐은 줄여봐야 소용이 없고 나중에 다시 살 거면 사기만 불편하다. 짐을 줄이고 싶다면 가전, 가구에서 줄이고 작고 소소하면서 꾸준히 쓰는 물건들은 아무리 낡았어도 일단 가져가자.
앞 포스팅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https://forreturnees.tistory.com/4
해외 이사 준비(2)-출국 이사의 모든 것
앞의 포스팅과 이어집니다. https://forreturnees.tistory.com/3 해외 이사 준비(1)-출국 이사의 모든 것 갑자기 주재원 발령을 받았나요? 이민을 가시나요?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를 계획하시나요?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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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가별 전압 & 콘센트 유형 (해외 세계 전압)
안녕하세요 미소아빠 입니다. 요즘 외국으로 많이들 여행가시죠? 올 추석은 긴 연휴로 많이들 놀러가실거 같아요. 미소아빠는 여행갈 처지가 못되는지라~ 요런 정보는 해당사항이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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