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던 한 남자가, 어느날 이름도, 사는 이유도 다 잊어버리자 놀라 의사를 찾아갔다가 자신이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얼토당토 없는 이야기같지만 "당신은 영혼을 잃어버렸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이 내 귓가에도 울리는 듯하다.
우리는 얼마나 바쁘게 살아가는가. 그리고 바쁜 하루 중에 나를 위한 일을 하는 시간은 몇 분이나 되는가. 이 책을 읽고 영혼을 잃어버린 주인공에게서 현대인들의 바쁜 생활을 상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담당하는 수많은 나의 역할과 가면들을 떠올렸다. 그 역할들 속에 내 영혼이 원하는 내 삶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인간은 사회화 과정 속에서 많은 욕구들을 억누르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렇게 취사선택을 거쳐 수용된 욕구들은 나의 삶을 통해 실현될 수 있지만 선택받지 못한 욕구들은 내 삶을 따라오지 못하고 뒤쳐지게 되었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인기를 얻기 위해 바쁘게 달려오는 시간동안 내가 버린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친구관계에 소원했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동료를 배신했을 수도있다. 아니면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싶어 내가 싫은 부탁도 억지로 들어주며 내 자신의 욕구는 외면했을 수도있다. 내가 버린 나의 마음 한자락은 내 삶의 속도를 쫓아오지못해 2년전쯤 내가 머물렀던 어떤 곳에서 나를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가만히 앉아 영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라는 의사의 충고를 들은 남자는 외딴 오두막에서 가만히 앉아 기다린다. 시간의 흐름은 남자의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 그리고 어느 새 키가 훌쩍 자란 식물들에게서만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찾아온 영혼은 그동안 내가 돌보지 못한 내면아이같다. 지치고 할퀴어져, 보듬어주고 다독여줘야할 모습이지만 그래도 다시 만났기에 다시 시작할수있다. 회색빛 오두막은 아이가 들어섬과 함께 따뜻한 색으로 채색되고 나란히 앉은 아이와 남자는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나도 나의 내면아이를, 나의 영혼을 만나고 안아주고 싶다
'마음챙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작별인사 -김영하 (0) | 2021.06.10 |
---|---|
빛의 과거-은희경-책리뷰 (0) | 2021.04.11 |
플랫폼의 생각법-책리뷰 (0) | 2021.04.10 |
박수홍 - 친형,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집을 넘겨준 여자친구는 또 누구? (0) | 2021.04.10 |
마거릿 대처 암살사건- 책 리뷰 (0) | 2021.04.08 |
댓글